'다시 야구의 시간입니다’. 유명한 야구 게임의 광고문구인 이 말처럼 올해도 어김없이 야구의 시간이 돌아왔다. 지난 23() 2024 KBO리그가 개막하면서 10개의 프로야구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본격적인 야구팬 맞이에 나섰다. 그에 화답하듯 팬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야구 즐기기에 한창이다. 그러나 고령자를 비롯한 디지털 취약계층은 야구팬의 범주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스포츠 관람 문화에 편리함을 가져왔다. 경기 표를 온라인으로 예매하는 것이 당연해졌고, TV보다 휴대폰으로 중계방송을 시청하는 것에 더 익숙해졌다. 디지털 취약계층이 이런 새로운 야구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KBO는 이들을 위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야구에 대한 고령자의 접근성을 낮추는 선택을 단행했다. ‘티빙에게 KBO 뉴미디어 중계권을 판매하면서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유료 중계 시대가 열렸다. 이제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방법을 알고, 안정적인 와이파이 환경을 보유한 사람만이 집에서 야구를 시청할 수 있다. KBO와 티빙의선택에서 디지털 기술 사용이 서툰 이들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다양한 계층과 집단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 문화를 만들기 위해 스포츠 관계자들에게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프로축구단 부천FC1955’의 사례를 각각의 종목과 구단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부천FC는 지난해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경기장에서만 예매할 수 있는 현장 판매 전용석을 시범 운영했다. 축구팬들의 규모와 경기장의 전체 좌석 수를 고려하면 70석은 그리 넉넉한 수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표를 구매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축구단이 건넨 작은 배려는 소중한 기회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시도가 시범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KBO, KFA(대한축구협회) 등 총괄 기구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각 구단의 정책이 특정 집단을 배제하지는 않는지 감시하고 모두를 포용하는 정책을 펴도록 독려해야 한다.

 야구팬들 중에는 필자가 그랬듯 어렸을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았다가 지금의 팀을 응원하게 된 이들이 많을 테다. 본디 야구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였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금 눈앞의 이익을 좇느라 소외되는 팬층을 모른 체하는 야구는 더 이상 모두에게 공평한 스포츠가 아니다. 물론 끊임없이 발달하는 기술 환경을 무시한 채 과거의 방식에 얽매여 있을 수만은 없다. 그저 온라인에 익숙지 않은 팬들에게도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통로 하나쯤은 열어주자는 얘기다. 이제는 포용과 배려의 정신으로 다시 모두의 야구를 되찾아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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