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입양을 들여다보다

(사진 출처·아동권리보장원)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지난해 입양의 날을 기념해 만든 포스터다.
(사진 출처·아동권리보장원)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지난해 입양의 날을 기념해 만든 포스터다.

 

 오는 511()이면 입양의 날이 19회를 맞이한다. 이날은 가정의 달인 5월에 한 가정이 한 명의 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으로 거듭나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입양은 생물학적 방법이 아닌 법적·사회적 방법으로 친자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제도다. 아동이 기관에서 보호받고 있는 경우 아동이 학대나 방임을 당하고 있는 경우 친부모가 아동을 양육할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없는 경우 아동은 입양을 통해 안정적인 가정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양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입양 대상과 절차 등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허위·위장 입양을 막고자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입양특례법이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입양 기관은 입양 가족을 대상으로 1년간 입양 사후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입양 아동에게는 의료비 혜택과 양육비가 제공된다.

 그러나 입양특례법의 내용 중 사후서비스의 기간과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입양 아동의 경우 비입양 아동과 자신이 다르다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상실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법률에 따르면 입양 사후서비스는 입양 아동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는 아동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데 방해 요소가 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양 아동의 나이별로 알맞은 사후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또한 입양특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입양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입양을 포기하는 예비 입양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18은비 사건2020정인이 사건등 입양 아동들이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이에 양부모의 건강 상태 양부모의 재산 상태 입양 동기 등 예비 입양 부모가 갖춰야 할 입양 절차와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보건복지부의 연도별 국내 입양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입양 아동은 182명으로 2019387명에 비해 2배 이상 감소했다. 입양자격 심사 단계에서 입양 자체를 포기하는 예비 입양 부모가 늘어난 것이다.

 이와 같은 입양특례법의 문제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보완할 법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따라서 지난해 6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20257월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는 입양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으로 입양 아동이 더욱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의 법은 어떻게 변화해 나가야 할까. 또 우리는 입양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전문가가 말하는 입양 전 교육과 사후서비스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 기관은 입양을 앞둔 부모를 대상으로 사전 교육을 한다. 또한 입양 후에는 입양 사후서비스가 진행된다. 해당 절차에 대한 입양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기 위해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노혜련 명예교수와 아침고요둥지복지회박광우 회장을 만났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노 교수: 안녕하세요.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 노혜련입니다. 현재 아동·가족복지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입양과 아동복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박 회장: 입양 기관 아침고요둥지복지회의 회장이자 입양 가족인 박광우입니다. 아침고요둥지복지회는 2004년에 설립돼 건전한 입양 문화 정착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입양 전 이뤄지는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노 교수: 2012년 시행된 입양특례법에 따라 예비 입양 부모는 입양 전에 8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2018년에 있었던 입양 아동 학대 사건인 은비사건을 기점으로 현재 교육의 내용이 구체화 됐지만 과거에 이뤄진 교육은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4시간 동안은 입양 과정 입양 자격 파양 조건 등 행정적인 내용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고 나머지 4시간 동안에는 아동의 발달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었죠. 해당 교육은 입양 아동이 성장하면서 겪을 수 있는 실질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는데요. 지금도 입양 교육의 내용이 점점 더 발전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더 구체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 회장: 현재 진행되는 입양 전 교육은 입양 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계속해서 보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동을 양육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인 만큼 입양 후 양육을 하다 보면 입양 전 받은 교육과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아이마다 품성과 기질이 달라 입양 기관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교육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죠. 또한 입양 가족마다 겪는 어려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맞춘 완벽한 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입양 후 이뤄지는 사후서비스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노 교수: 입양 가족을 위한 사후서비스는 점점 더 많이 마련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는 입양 부모가 사회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따라서 입양 부모들은 아이를 양육하면서 어려움을 겪어도 선뜻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입양 가족이 스스로에게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예측하도록 미리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더불어 입양 부모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입양 기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해요. 도움을 요청한다면 상담을 통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점들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박 회장: 저는 입양 가족으로서 입양사후서비스를 받은 경험이 있는데요. 입양 기관의 담당자가 저희 집에 불시에 방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이가 가정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해요. 또한 사후서비스가 이뤄지는 1년이라는 기간도 아동이 가정에 잘 적응하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사후서비스의 방식과 기간에 만족해요.

올바른 입양 문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변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노 교수: 입양은 가족을 이루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양이 차질 없이 이뤄질 경우 아동이 가정 속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입양 부모를 향한 사회의 인식이 개선돼야 하며 입양 관련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 회장: 입양 가족이 스스로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입양 가족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먼저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하죠.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이 불러올 변화

 지난해 718() 개정된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20257월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해당 법률이 도입되면 국내입양 문화에는 어떤 변화들이 생길까. 특별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냈던 전국입양가족연대(이하 전가연)’ 오창화 수석대표를 만나봤다.

 안녕하세요. 전가연 수석대표 오창화입니다. 전가연은 다양한 입양 가족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로 2018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어요. 저는 현재 입양과 관련된 입법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입양법 개정 운동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죠.

 국내입양과 관련해 1970년대부터 시행돼 온 법들의 주요 목적은 언제나 입양 촉진이었습니다. 입양법의 본질적인 목적은 더 많은 아이들이 보육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2012년의 입양특례법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입양특례법이 시행되기 1년 전이었던 2011년에는 원가정에서 분리된 아동들의 가정 보호율이 50%에 달했어요. 그러나 2022년에는 이 수치가 30%대로 떨어졌습니다. 2011년 이전에 비해 원가정으로부터 분리된 아동들 중 더 많은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이 아닌 보육시설에서 자라고 있다는 뜻이죠.

 지난해 개정된 특별법은 앞서 말했던 입양특례법의 한계를 보완합니다. 입양을 통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죠. 입양특례법에 비해 특별법은 정부의 개입이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별법에 따라 정부는 입양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해야 하는데요. 입양 정책에 국가 재정이 투입된다면 원가정에서 분리된 보호 아동들이 입양을 통해 가정에서 자랄 기회가 더욱 늘어날 겁니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함에 따라 입양의 공공성이 강해지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020정인이 사건이후 지자체에서 입양 가족을 잠재적 아동 학대 가정으로 분류한 후 관리·감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행위는 법에 근거한 행위도 아닐뿐더러 입양된 아동에게 큰 상처와 어려움을 줄 수 있죠. 그렇게 될 경우 더 많은 아동들이 보육시설에서 자랄 수밖에 없게 됩니다. 현재 계속해서 특별법에 대한 시행령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법률이 완전하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따라서 시행령이 완성될 오는 6월 말까지 전가연은 더 좋은 의견을 내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해당 법안의 개정으로 입양이 보편화돼 입양에 관한 편견이 점차 사라지기를 기대하면서요. 더불어 더 많은 아이들이 따뜻한 가정 속에서 보호받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 내용은 오창화 수석대표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자가 재구성했음을 밝힙니다.

 


입양 가족이 말하는 입양

(사진제공·김지인 씨)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김지인 씨 가족의 모습이다.
(사진제공·김지인 씨)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김지인 씨 가족의 모습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입양 수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의 주된 요인은 입양에 대한 사회의 편견섞인 시선과 미비한 제도다. 그렇다면 실제 입양 가족은 사회의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두 명의 아이를 입양해 함께 살고있는 입양 가족 김지인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녀분들을 입양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신혼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와 남편 사이에 자녀를 갖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많이 속상했지만 남편과 둘이 사는 것도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득 제가 무의식적으로는 아이를 바라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입양을 고민했어요. 그렇게 2014년에 첫째 아들 동하를 만났고 2017년에 둘째 아들 동주를 만났죠.

자녀분들을 입양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20142월에 홀트아동복지회라는 입양 기관에 방문해 상담을 받고 입양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그 후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예비 부모 교육을 듣던 중 동하의 사진을 봤죠. 많은 아이들의 사진이 있었는데 동하의 까맣고 큰 눈망울이 유독 저희 부부의 마음속 깊이 들어왔어요. 결국 첫 상담을 받은 해 5월에 위탁가정에서 돌봄을 받고 있던 동하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해 7월에 태어난 지 7개월이 된 동하와 가족이 됐죠.

입양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처음 동하를 만났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당시 남편과 친정엄마를 비롯해 모든 가족이 동하를 보고 울었어요. ‘신생아실에서 아기를 처음 만나는 부모들의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양 기관의 입양 사후관리는 어떻게 이뤄졌나요?

 동하와 동주 모두 입양 후 각각 3회의 사후 점검을 거쳤습니다. 3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일하는 선생님이 집에 찾아오셔서 아이의 생활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셨어요. 또한 필요하다면 입양 기관에 심리상담 서비스도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국가로부터 받았던 지원에는 무엇이 있나요?

 입양 아동들은 만 18세 이전까지 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에도 우선순위로 입소할 수 있어요. 또한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까지 매달 한 아이당 15만 원의 지원금을 받습니다. 현재는 만 18세까지 매달 20만 원이 지원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런 지원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기에 15만 원은 부족한 금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3년 전 동하와 함께 유튜브 ‘odg’ 채널에 입양 가족으로 출연했었는데요. 2020년에 있었던 입양 아동 학대 사건 이후로 아이들이 안전한지 걱정된다거나 이 가족의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사회적 인식이 이어진다면 입양을 계획 중인 부부들은 입양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어요. 물론 아이가 불행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은 안타까웠지만 편견들로 인해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입양 통로가 차단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했습니다.

 

임다영 기자 swpress213@hanmail.net

정은이 기자 swpress2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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