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엄마와 장을 보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카트 속 몇 가지 안 되던 상품의 가격이 십만 원이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카트를 가득차게 담아야 십만 원이 넘었는데 새삼 올라버린 물가에 잔혹함을 느꼈다. 또 언젠가부터 엄마는 반찬을 만들어 먹는 것보다 사서 먹는 것이 저렴하다고 채소를 자주 사지 않으셨다. 통념에 의하면 반찬을 사 먹는 것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파가 한 단에 오천 원인 상황에서는 차라리 4팩에 만 원인 반찬을 사 먹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이 농협 하나로마트에 방문했다. 그가 집어든 대파의 가격은 놀랍게도 한 단에 875원이었다. 거짓말 같은 현실이었다. 당일 대파의 도매가격은 3,300원이었고 최고가는 7,000원이 넘었는데 어떻게 이런 가격이 측정될 수 있었을까. 결국 대파 가격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875원은 보여주기식 가격이 아닐 수 있다. 조선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당일 대파값의 권장 소비자는 4,250원이었지만 마트는 대파값을 정부의 할인쿠폰 지원과 마트 자체 할인을 거쳐 800원대로 측정했다. 게다가 하나로마트는 이미 며칠 전부터 대파를 천 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대파는 대통령이 마트에 방문했던 날부터 정부 할인쿠폰 지원율이 20%에서 30%로 올라가면서 875원이 된 것이다. 합리적인 대파값은 그렇게 측정됐다.

 나는 이 대파 사단을 하나로마트와 대통령실의 공작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 마트는 최대한 노력해 대파를 싸게 팔고 있었고 윤 대통령은 사전에 방문 계획을 알리지 않고 갑작스럽게 마트에 방문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거 아니에요”라고 말한 것을 보아 그도 대파값 875원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대통령이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말하지만, 나는 한 인간이 대파 한 단의 가격까지 알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길거리를 지나가던 누군가를 붙잡고 “오늘 대파 한 단에 얼마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누가 정확하게 값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섭섭하다. 대파 875원은 합리적인 가격이 아니라 행복한 가격이다. 왜 하필 윤 대통령은 대파 가격이 행복하게 측정된 시기에, 그 마트를 방문하게 됐을까. 심지어 대파는 일부 하나로마트에서만 800원대로 판매되고 있었다. 또 양재에 위치한 다른 마트들은 대파를 더 비싸게 팔고 있었다. 대통령이 만약 그날 오천 원에 대파를 판매하던 다른 마트에 가보았다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국민들은 씁쓸하다. 윤 대통령이 방문한 그 마트가 실제 물가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그리고 대파도 서운하다. 자신의 원래 가격을 몰라주던 사람들에게, 그리고 이제는 합리적일 수 없게 된 이 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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