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버린 학생 자치를 들여다보다

 총학생회 뒤에 '비상대책위원회'라는 호칭이 따라붙는 것이 익숙해진 요즘이다2024학년도 1학기 기준 서울권 내 주요 30개 대학의 30%는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했다. 본교는 지난해 제54대 총학생회장 후보자 미등록으로 인해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됐다. 인하대학교는 총학생회를 비롯해 전체 10개 단과대학 중 9곳이 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해 오는 4월 재·보궐선거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려대학교는 총학생회 선거가 정해진 개표 가능 투표수를 넘기지 못해 무산됐다. 올해 총학생회를 구성한 대학 역시 오랜 학생 자치 기구의 부재를 지나온 경우가 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2024학년도 제56대 총학생회 '스타트'가 구성됐으나 지난 3년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쳐야 했다.

 이런 학생 자치의 부재에 대해 본지는 대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했다. 본지가 대학생 1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학생 자치 활동에 대한 관심도가 보통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2.7%로 가장 많았다. 최근 대학가의 학생 자치 기구 구성이 어려워진 원인에 대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기부터 시작된 무관심'(30.8%)이 가장 많았다. '개인 활동이 더 중요해서'와 '학생회가 학생을 대변하지 못해서' 그리고 '학생회가 스펙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기타'를 선택한 학생들은 학생회가 너무 쉽게 비난을 받는다는 점, 학생 자치 기구가 존재하더라도 학생들의 삶이 직접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2인 출마의 부담을 언급하며 제도가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 응답도 있었다. 총학생회의 부재로 인해 불편을 느낀 경험의 정도 역시 '많음'이 29.4%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정병기 교수에 따르면 학생 자치 역시 중요한 정치적 행동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대학이나 청년에 관련된 사회 이슈가 생겼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학생 자치 기구가 항시 구성돼 있어야 한다. 그는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학생 자치 기구에 참여함으로써 동시에 학생회를 감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학생 자치 기구의 문제는 결국 당사자인 대학생들만이 해결할 수 있다. 정교수에 따르면 지금의 학생회는 학생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을 이루고 학생 자치 기구의 부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정 교수 역시 학생 자치 기구의 부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학생 자치 활동의 중심, 총학생회

총학생회 선거의 파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 누구보다 학생 자치의 붕괴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있다. ·현직 총학생회 구성원을 만나 이들이 직접 경험해 본 총학생회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진보당 노원구 위원회 민생복지위원장이자 청년정책위원장인 유룻입니다. 저는 2017년도에 경기대학교 서울캠퍼스의 제34대 총학생회 '37℃'에서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어요.

: 지난해에 동서울대학교 제36대 총학생회에서 기획차장을 맡았던 윤하민입니다.

: 목포해양대학교 제54대 총학생회에서 복지국장을 맡고 있는 홍대호라고 합니다.

학생 자치 기구 당사자로서 생각하는 학생 자치 기구의 역할과 필요성은 무엇인가요?

: 학생회의 가장 큰 역할은 학생들이 자치권을 가진 주체임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또한 그들의 목소리를 모아 학내에 전달하는 것도 도맡고 있죠.

: 저 역시 학생 자치 기구가 있어야만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다고생각합니다. 학생 자치 기구가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해야 학교도 그들의 필요를 제대로 충족시켜 줄 수 있어요.

: 학생 자치 기구는 무엇보다 학생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기구입니다.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학생과 학교 사이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하죠. 그렇기에 학생 자치 기구는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자치 활동에 대한 무관심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저는 학생들이 학생 자치 기구의 필요성을 직접 느껴보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회를 통해 도움을 받거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본 적이 없으니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이 저조해진 거죠.

: 어떤 사람들은 대학생들이 학생회 활동이 취업 경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이 때문에 학생 자치 기구에 무관심한 거라고 말하면서요. 하지만 저는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학생회 활동에 참여했던 경험 자체가 스펙이니까요.

: 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소통의 부재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집단으로 활동할 수 없었으니까요. 이로 인해 학생들이 학생 자치뿐만 아니라 학교 자체에도 무관심해진 것 같아요.

학생 자치 기구가 구성되지 않았을 때 학생들이 겪는 불편은 무엇인가요?

: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만한 부분은 학생회에서 운영하는 사업의 규모일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총학생회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 주어지는 예산의 크기가 달라요. 총학생회가 비상대책위원회보다 더 많은 예산을 지원받습니다. 총학생회는 큰 규모의 축제를 운영할 수 있지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면 축제의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겠죠.

: 실제로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았던 해에 유룻님의 말씀처럼 보조배터리 사업 팻말 설치 흡연 구역의 위치 선정 등과 같은 세부적인 복지 사업의 진행에 차질이 빚어졌거든요. 결국 학생회의 복지 사업으로 혜택을 누리고자 했던 학우들이 여러 측면에서 불편을 겪었죠.

과거와 현재의 학생 자치 활동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요즘의 학생 자치 활동은 누군가가 이전에 행했던 방식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예시로 총학생회에서 운영하는 복지 사업을 들 수 있겠네요. 그게 무조건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처럼 학생회의 역할을 단순히 복지 사업 운영으로 축소해서 생각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 내 구성원이 말하는 학생 자치

 학생회는 학내의 주체들과 소통하며 그들을 위해 일한다. 이들이 일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은 학내 구성원들이다. 학생 자치 기구가 어떤 조직인지를 잘 알고 있을 학내 구성원들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학생회의 역할과 한계는 무엇인지 물어봤다.

익명의 교수

 학생회는 기본적으로 학생들 내부의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그들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학생회가 가지는 내부적인 역할이죠. 그리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대 학생들이 외부와의 문제를 겪을 때 이에 대응하는 것이 외부적 역할이에요. 그러므로 대학생들에게 어떤 문 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상시에도 학생회가 존재해야 합니다. 또 갈등이 없더라도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조직들을 감시하는 것이 학생 자치 기구의 역할이죠.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말이에요. 만약 학생회가 꾸려지지 못한다면 대학생들은 정치적 또는 사회적으로 자신을 대변할 수단을 잃게 될 겁니다. 그렇기에 대학생들 역시 지속적으로 학생 자치 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대학생들이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학생 자치 기구를 감시해야 비로소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학생 자치 기구가 구성될 겁니다.

인하대학교 정태욱 학생지원처장

 안녕하세요. 인하대학교에서 학생지원처장을 맡고 있는 정태욱이라고 합니다. 저는 학생지원처장으로서 학생 자치 기구의 예산을 편성하고 이를 학생 자치 기구에 전달하는 업무를 수행해요. 그들을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이들이 대학 내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죠. 그렇기에 과 학생회 단과대학 학생회 총학생회 등의 학생 자치 기구에서 공석이 발생하면 너무 안타까워요. 아무래도 자치 기구의 공석은 각 단위의 학생회가 운영하는 여러 사업의 규모가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우들로부터 총학생회만큼의 지지를 받지 못해 대학의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서마저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기도 해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것이 학생 자치 기구의 소임인데도 불구하고요. 결국 나비효과처럼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잇따라 나타나게 되죠. 이 모든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자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인데요. 이제는 대학 내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학생 자치 기구의 붕괴를 막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김진아씨

 안녕하세요. 중부대학교 스포츠건강관리학과 23학번 김진아입니다. 저는 학생 자치 기구에서 활동한 경험이 없다 보니 제게 총학생회나 과학생회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느껴져요. 학생회가 전체 학우를 대표하는 학내 공식 기구인 것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일반 재학생들에게 정보가 많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누구나 알 수 있는 간식 나눔 사업이나 축제 준비와 같은 업무들은 제외하고요. 그래서 학생 자치 기구에 대해 느끼는 친밀도를 1부터 5까지의 숫자로 나타낸다면 중간인 3 정도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 제 주변에서 학생 자치 기구 선거의 투표율이 과반이 안돼 개표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 또는 아무도 후보자로 등록한 사람이 없어 선거 자체가 무산된다고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학생회와 같은 학생 자치 기구에서 학우들에게 적극적으로 그들의 존재를 피력하는 자리를 마련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는 거죠.


학생 자치를 지키려면

(사진 제공·신민준 집행위원)  문화연대 신민준 집행위원의 모습이다.
(사진 제공·신민준 집행위원)  문화연대 신민준 집행위원의 모습이다.

 

(사진 제공·신민준 집행위원) 2020 청년허브 기획 컨퍼런스 현장이다.
(사진 제공·신민준 집행위원) 2020 청년허브 기획 컨퍼런스 현장이다.

  학생 자치 기구는 여러 학생의 편의를 위해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로서 학내에서 활동하는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학생 자치 기구가 학생에게 꼭 필요한 조직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대학 내에서는 학생 자치 기구의 소멸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문화연대 신민준 집행위원을 만나 학생 자치 활동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학생 자치가 절대적으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학생 자치 기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학내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2016년에는 이화여자대학교의 총학생회가 대학 본부에서 통보식 운영에 항의하고자 플랜카드를 부착하는 공동 행동을 추진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어요. 대학 본부가 학생 자치 기구를 마치 그들의 부속기구처럼 여긴 겁니다. 총학생회가 공동 행동에 나서기 이전부터 대학 본부는 이들에게 대동비 교비로 쓰일 예정이었던 700만 원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냈어요. 이는 명백하게 학생자치권을 완전히 침해하는 행위였죠.

 이처럼 학생 자치 기구의 자치권은 여전히 침해받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법안을 통해 학칙이 학생 자치의 보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아직 대학 사회는 법안이 아닌 학칙으로만 학생회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학생 자치 기구의 독립과 학생 자치권의 보장을 위해서는 학생이사제가 도입돼야 합니다. 학생이사제란 학생들이 학교의 경영과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제도의 도입이 이뤄지면 학생들은 대학 본부의 모든 예산 및 결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요. 또한 대학 본부에 소속된 기관이 아닌 하나의 독립 기구로써 학교의 경영진들에게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더 나은 대학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 할 수도 있는 거죠.

이 내용은 문화연대 신민준 집행위원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자가 재구성했음을 밝힙니다.

 
 
최선우 기자 swpress215@hanmail.net
김예진 기자 swpress2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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