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우연히 찾아온 기회가 삶의 변환점이 되기도 하죠. 여기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흐름을 맞이한 이가 있습니다. 이번 사람 면에서는 텃팅 댄서 혜연을 만나봤습니다.

사진 출처·혜연 인스타그램
사진 출처·혜연 인스타그램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혜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댄서 손혜연입니다. 아마존블로에슈에 소속돼있고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팀의 구성원으로서는 인터뷰에 많이 참여해 봤지만 개인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라 너무 설렙니다.(웃음)

예능 프로그램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이하 스걸파)> 출연 이후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스걸파 방송 직후에 많은 활동을 하며 지냈습니다. 안무 시안 작업도 여러 개 했고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화보를 찍기도 했어요. 또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 입사해 댄스 수업을 진행하면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죠. 최근에는 조금 여유가 생겨서 영어 공부와 운동을 하면서 자기 계발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댄서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댄서라는 직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춤을 출 때 느끼는 성취감 때문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시절 방과 후 수업으로 들었던 방송 댄스에서 처음으로 성취감을 느꼈는데요. 수업을 듣기 전의 저는 성격도 소극적인 데다가 몸치였습니다. 수업에서 춤을 잘 못 춘다는 사실을 감추려고 일부러 맨 뒷줄에 숨어 수업을 들었던 적도 있어요. 춤 실력이 늘고 나선 맨 앞줄에서 춤을 출 만큼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연습실 앞에 있는 거울에 가까워질수록 제가 느낀 성취감은 배로 커졌던 것 같아요. 중학교 3학년 때는 댄스학원에서 대회를 준비하며 각종 대회에 나가 수상하기도 했죠. 이런 크고 작은 성취감을 쌓아나가는 것이 좋았을 뿐인데 어느샌가 댄서가 돼 있네요.

텃팅을 계속 춰 온 이유와 텃팅의 매력을 소개해 주세요.

 텃팅은 이집트 벽화의 팔 모양에서 모양을 따와 만들어진 스트릿 댄스 스타일로 직선과 직각을 만들어 보여주는 춤인데요. 텃팅을 계속해서 추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제가 소속된 팀 블로에슈에서의 활동 때문입니다. 블로에슈는 텃팅 퍼포먼스를 만드는 팀이에요. 저는 블로에슈를 결성한 댄서인 스펠라 선생님의 수업을 듣다가 팀 합류 제의를 받았죠. 팀에 합류한 뒤로 텃팅을 꾸준히 연습해 왔습니다. 아무래도 팀의 일원이 된 만큼 완벽하게 동작을 소화해 낼 줄 알아야 하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텃팅의 매력은 오차 없이 만들어지는 직선과 각입니다. 이 정교한 동작들에 쾌감을 느껴 텃팅의 매력에 더 빠진 것 같아요. 그리고 텃팅이 어떤 노래에나 잘 어울린다는 점도 수많은 매력 중 하나죠.

텃팅을 완벽히 구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려주세요.

 저는 반복적인 모니터링을 한 덕분에 텃팅 동작을 깔끔하게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텃팅은 조금이라도 각이 맞지 않으면 눈에 잘 띄는데요. 그래서 동작의 정확도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온라인 배틀에 제출할 영상을 찍어 모니터링을 계속하다 보니 정확하지 않은 동작을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버피 스쿼트 팔굽혀펴기 같은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기도 했죠. 생각보다 춤을 출 때 에너지가 빨리 소모되거든요. 또 일정 수준 이상의 체력을 가지고 있어야 춤을 출 때 동작에서 힘이 느껴진답니다.

안무를 창작할 노래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안무가 어떤 곳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수업에 쓸 안무를 만들 때는 수강생들에게 익숙하고 대중적인 노래를 고릅니다. 텃팅 스타일을 처음 추는 수강생들은 아무래도 동작을 따라 하기 어려워하는데요. 노래가 익숙하면 안무를 더 쉽게 외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케이팝에 맞춰 안무를 만들 때도 많습니다. 반면 공연이나 대회에 쓰일 안무를 만들 때는 노래의 기승전결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노래보다는 안무의 구성 자체에 집중하는 거죠. 그래서 안무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음악을 편집하거나 전문가에게 부탁해 완전히 새로운 비트를 만들기도 합니다. 물론 그때그때 제게 영감을 주는 노래를 선정하기도 해요. 요즘에는 강렬한 느낌의 음악에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 제가 안무를 만들었던 ‘Escapism’이라는 노래를 들어보시면 제가 어떤 느낌의 노래로부터 영감을 얻는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거예요.

퍼포먼스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안무의 구성과 퍼포먼스의 흐름에 많이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동작의 강약을 구분해서 보는 사람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거죠. 안무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하고 어디에 텃팅 동작이 들어갔을 때 더 다채로운 퍼포먼스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요. 예를 들어 전체적으로 빠르고 센 느낌의 퍼포먼스라면 오히려 조금 더 여유롭고 부드러운 텃팅 동작을 넣으려고 합니다. 반대로 느리고 잔잔한 안무에는 빠르고 화려한 텃팅 안무를 추가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죠.

창작한 안무 중 가장 좋아하는 안무를 소개해 주세요.

 한 치의 고민 없이 ‘COUNTACH’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갈아 넣어서 만든 안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또 텃팅 스타일이 손과 팔만 쓰는 춤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이 안무 영상을 보면 아마 생각이 바뀔 겁니다. 손과 팔로 만든 동작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사용한 텃팅 안무를 보실 수 있거든요. 게다가 대형 의상 카메라 움직임 등에도 신경을 많이 썼으니 눈여겨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댄서로 활동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와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제 시간과 노력을 쏟은 안무와 퍼포먼스가 공개되면 떨림과 동시에 보람찬 기분을 느낍니다. 또 제가 사람을 워낙 좋아하는데 댄서로 활동하며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때마다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제 수업을 듣는 수강생분들의 텃팅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일 때마다 정말 기쁘답니다.(웃음)

 반대로 가장 힘든 순간은 일이 없을 때입니다. 밤낮없이 부지런히 일하다가 갑자기 여유 시간이 많아지면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일이 없을 땐 가볍게 몸이라도 움직이려고 합니다.

댄서가 아닌 사람 손혜연의 인생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 인생 목표는 현재에 충실하게 사는 것입니다. 거창한 목표는 아니지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 보면 저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돼 있더라고요. 큰 목표는 없었지만 새로운 일에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면서 많은 경험을 해왔습니다. 여태까지 제가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 왔기 때문에 수많은 변수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스걸파의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주저 없이 출연을 결심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최근엔 문득 춤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영상 편집이나 의류 디자인 등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정말 많습니다. 굳이 과일로 비유하자면 샤인 머스캣처럼 속이 가득 찬 사람이 되고 싶달까요.(웃음)

마지막으로 서울여대 학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사소한 것 하나를 결정할 때도 내 마음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공동체에 속해 살면서 수동적인 사람이 되기 쉬워요. 타인의 의견에 좌지우지되기 쉽다는 뜻이죠. 그렇기에 저는 항상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 노력해 왔어요. 서울여대 학우분들도 삶의 주체는 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자신만의 멋있는 삶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사진 출처·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유튜브
사진 출처·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유튜브

 

정은이 기자 swpress219@hanmail.net

최하연 기자 swpress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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