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의 유일한 페미니즘 동아리 페스포트12월을 끝으로 지난 8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대학가에는 지난 몇 년간 페스토프처럼 문을 닫는 여성 단체가 줄을 이었다. 총여학생회도 2018년을 전후로 줄줄이 폐지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연세대학교와 제주대학교 총여학생회가 없어졌다. 여성 폭력에 맞서 학내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이들이 이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은 우리 사회에 심각하게 퍼져 있는 여성혐오가 대학 사회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총여학생회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페미니즘 동아리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기피하고 싶은 곳이 돼버린 것만 봐도, 총여학생회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여성단체이기 때문에 사라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각 대학에 인권센터가 생겨나고 대학 사회가 성평등해져 총여학생회가 정말 필요 없어진 것이라면 여전히 만연한 학내 성폭력의 원인은 어떻게 설명할 텐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단톡방 내 성희롱부터 위계 관계에서 벌어지는 성폭력까지, 대학은 여성에게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당장 지난달에도 한 예술대학의 남자 교수가 학생을 강간한 참담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 사회가 여전히 남성 중심사회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 격차 지수(Gender Gap)’에서 한국은 올해 146개국 중 10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99위보다 6단계나 낮은 순위다. 이런 한국의 성평등의 후퇴는 여성가족부를 없애겠다는 나라, 여성이 폭행당하고 죽는 것조차 무감각한 나라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여성 단체를 악마의 소굴로 몰아가고 페미니즘을 편향된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제는 현실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대학가 페미니즘 백래시는 여자대학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 없는 문제다. 본교의 유일한 페미니즘 동아리 무소의 뿔도 해체 위기를 여러 번 겪었다. 신입 부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외면받는 학내 여성 단체가 없어지고 나면 나중에는 우리가 언제 다시 페미니즘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변화해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대학의 성평등한 미래와 후배들을 위해, 그리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서울여대부터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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