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전윤서 학우(저널리즘21))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링고의 모습이다.
(사진제공·전윤서 학우(저널리즘21))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링고의 모습이다.

 여러분에게는 나의 일상을 바꿔준 ‘삶의 전환점’ 같은 친구가 있나요? 소중한 존재와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은 생각지 못한 성장을 경험하게 합니다. 이번 ‘슈집사’에서는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된 전윤서 학우(저널리즘21)와 그의 반려 고양이 ‘링고’를 만나봤습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링고’라는 까만 털을 가진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링고는 2020년 4월 2일생으로 올해 3살이 됐어요. 어둠 속에서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새까만 털을 가진 게 특징이랍니다. 링고라는 이름은 밴드 ‘비틀스’의 일원 ‘링고 스타’에서 따왔어요. 비틀스의 열렬한 팬이신 아버지의 의견을 반영한 거죠. ‘레논’이나 ‘매카트니’보다는 ‘링고’가 고양이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생각해 봐도 링고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귀여운 이름이에요.(웃음)

링고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유기 고양이·길고양이 쉼터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링고의 입양 홍보 글을 보게 됐어요. 입양하던 날 집에 도착해서 이동장 문을 열자마자 링고는 쏜살같이 달아났습니다. 그러고는 에어컨 뒤에 거의 일주일 동안 숨어 있었어요. 당시에는 링고가 숨는 이유를 도통 알 수 없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낯선 환경에 혼자 놓인 링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게 링고와의 첫 만남은 기쁨보다는 미안함이 더 크게 남아있는 기억입니다.

링고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링고는 그림자놀이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장난감 낚싯대로 자주 놀아주곤 하는데 링고가 자꾸만 낚싯대를 노리지 않고 그 아래의 그림자를 따라가려고 하는 거예요. 고양이들은 사냥감이 손에 잡히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그림자를 따라 작은 인형을 잡을 수 있도록 링고를 놀아주고 있답니다.

고양이는 흔히 시크한 동물로 알려져 있는데요. 반려인만 알 수 있는 링고의 애정 표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링고는 평소에 제가 말을 걸어도 ‘야옹’하고 대답해 주지 않아요. 정말 시크한 고양이죠. 하지만 링고는 제가 있었던 자리에 오래 머무르곤 합니다. 제가 안락의자에 앉아 쉬다가 일어나면 그 짧은 순간에 제 자리를 차지해 버려요. 제가 공부를 할 때도 링고는 책 위에 앉아 저를 방해합니다. 알고 보니 고양이들은 사람의 온기와 냄새가 밴 곳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링고가 제가 있던 자리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은 아마 저를 좋아한다는 뜻이겠죠?(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링고와의 추억을 소개해 주세요.

 링고에게는 초인종 소리만 들으면 자기만의 공간으로 잽싸게 도망쳐 버리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누가 초인종을 누르며 위협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죠. 어느 날엔 링고와 함께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방송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렸습니다. 옆에 있던 링고는 집 안에서 들린 소리라고 착각했는지 의자에서 뛰어내려 숨어버렸어요. 그 후로 저는 <환승연애>를 시청하다 초인종 소리가 들릴 때면 링고를 안심시켜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행히 링고가 다양한 소리를 구분할 수 있게 돼 전처럼 방송을 보다가 달아나는 일은 잘 없답니다.

링고와 함께하며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무엇인가요?

 링고와의 만남은 제가 비인간 동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어요. 링고를 알아가며 고양이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동물권 보호를 위해 관련 책을 읽고 강연을 듣거나 봉사활동도 하고 있어요. 육류 소비도 완전히 끊어 약 3년째 채식주의자로 살고 있습니다. 이렇듯 링고를 입양한 후 제 삶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더는 인간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졸업 후에도 동물 해방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 종사하고 싶어요. 모두 링고를 만나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소중한 일들이랍니다.

링고와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저 링고와 오랫동안 건강하게 함께였으면 해요. 그래서 링고가 몸이 아플 땐 저에게 꼭 얘기해주기를 바랍니다. 고양이들은 몸이 아파도 잘 티를 내지 않거든요. 제 삶에서 링고와 함께하는 시간은 15년에 불과하다고 해도 링고에게는 저와의 시간이 삶의 모든 것이잖아요. 제가 링고의 삶 속에서 큰 행복을 선물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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