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사회는 여자대학(이하 여대)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 “아직도 여대가 필요하냐초기 여대의 설립 목적은 가부장제에 속박된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서울여자대학교 역시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여성 고등교육 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해 1961년 개교 이래 그 뜻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교육 면에서는 여성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게 되면서 여대의 존립에 의문을 품은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출현한 지 고작 136년밖에 지나지 않은 여대에 이 물음을 던지기엔 아직 이르다.

 우리 사회는 여대를 단순히 교육기관으로 단정 짓고 있지만 여대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곳은 오롯이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연대의 장이기 때문이다. 김명주 교수(정보보호)남녀공학은 통계적으로 학생회 활동, 과 대표, 리더 훈련이 남학생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여대에서는 모든 형태의 리더 역할을 여자들이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남성 중심으로 굴러가는 사회 속에서 여대는 여성들이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2018년 성균관대학교와 동국대학교의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차례로 폐지된 데 이어 다음 해 서울권 대학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연세대학교의 총여마저 사라지면서 공학대학 내 여성 자치 기구가 힘을 잃었다. 이런 백래시(Backlash) 흐름 속에서 여대는 오직 여성들만의 힘으로 학생 자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또한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받는 편견 어린 시선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현 사회는 아직도 페미 논란이 존재할 정도로 여성 인권에 무지한 상태다. 그렇기에 여대는 각종 검열에서 벗어나 여성학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여성 차별이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여대는 여전히 절실하다. 세계경제포럼에서 공개한 ‘2022 성 격차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아직도 146개국 가운데 99위에 머물러있다. 교육의 평등이 이뤄진 것과 별개로 여전히 여성들은 사회 내 차별에 노출돼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역차별을 운운하며 여대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현 사회 속 존재하는 여성 차별을 외면하는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현존하는 모든 여성 차별이 종식되는 순간까지 여대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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