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8호 2019년 10월 7일(월) 발행

 '여성의 언어로 세상을 말하다'를 슬로건 삼아 여성의 전 지구적 연대를 도모하는 <우먼카인드> 나희영 편집장을 만나봤습니다. 

여성주의 잡지 <우먼카인드> 소개 부탁드려요.

호주에서 2014년에 창간된 <우먼카인드>를 바다출판사에서 저작권 계약을 맺어 2017년 11월 한국에서 창간했습니다. 호주판이 그대로 발간되는건 아니고 한국의 실정에 맞게 원고 개발을해서 글을 싣고 있어요. 1년에 네 번 발행되는 계간지예요. 저는주제선정, 필자섭외, 편집 및 디자인 디렉팅 등 잡지를 완성하기 위한 전반적인 작업을 총괄하고 있어요.

<우먼카인드>가 추구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국내에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잡지가 많이 없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페미니즘 이슈를 지속해서 소개할 수 있는 지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페미니즘 이슈를 여성 필자들이 안정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장소를 만들고 싶어요.

한호의 주제와 글을 구성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페미니즘 이슈를 매력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필력을 가진 여성 작가들을 섭외해서 주제에 맞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가는거죠. 필력을 가진 여성 작가들을 찾는 일이 제일 중요해서 인터뷰도 챙겨보고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살피고 있어요. 요즘은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SNS를 통해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SNS도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적극적인 목소리는 늘어났지만, 더욱더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대인 것 같아요. <우먼카인드>에서는 여성의 어떤 목소리를 담고자 하나요?

하나로 정의해서 말하기 어려워요. 일단 여성들의 목소리에 한계나 선을 긋고 싶지않아요. 선을 그어버리면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더 어려우니까요. 매 호 주제를 정할 때마다 그 주제에 맞는 적합하고 충실한 목소리를 전하고 싶어요.

광고 없이 글만으로 지면을 채워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광고가 없는 건 호주 저작권사의 방침이었어요. 그 조건을 꼭 지켜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저희도 동의하는 바가 매우 컸어요. 광 고가 없어서 늘 판매를 신경 써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필연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힘든 부분도 분명히 있죠. 하지만 그로인해 생기는 장점도 커요. 광고가 없으니 전체적으로 통일감 있는 편집이 가능하죠. 또 여성을 대상화하는 작업도 엄격하게 거를 수 있어요.

 

나희영 편집장이  3호에 실린 사진작가 필 보지스가 촬영한 티베트 여성의 사진을 보고 있다. 필 보지 스는 ,  등 사진집을 출간했으며 주로 사라져가는 문화권의 인물들을 찍는다.
나희영 편집장이 3호에 실린 사진작가 필 보지스가 촬영한 티베트 여성의 사진을 보고 있다. 필 보지 스는 , 등 사진집을 출간했으며 주로 사라져가는 문화권의 인물들을 찍는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호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전 모든 호가 각별해요.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작년 3월에 발행됐던 3호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작년에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성추행 사건 이 미투 운동의 도화선이 됐어요. 그래서 3호에는 미투 이슈를 담고자 했죠. 박선영 한국일보 기자의 "#미투:불의에 맞선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글을 담았었어요. 그리고 <우먼카인드>는 한 호에 한 나라를 찾아가 그 나라의 여성들을담아요. 3호에서는 티베트에서 여권신장을 위해 운동하는 여승들을 담았어요. 이분들이 세계 곳곳 을 다니면서 여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폭력에 노출돼있고 강한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몸을 수련을 해야 하는지 메시지를 전해요. 미투가 시작된 무렵에 관련된 이슈들을 담았고 우리에게는 생소한 티베트 여성들의 삶을 만나볼 수 있어서 더 특별했 던 것 같아요.

<우먼카인드>에 실렸던 글 중 학우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글이 있나요?

가장 최근에 나온 8호에 실린 임솔아 작가의 글인 '열아홉살 때 나는 다이미라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라는 글을 추천해요. 언론에서 접하는 청소노동자들과 열악한 환경, 여성들의 그림자 노동은 작가가 말하는 것과는 온도와 감각의 차이가 있 어요. 임솔아 작가의 글은 어린 여성들이 충분히 공감하는 바가 클 것 같아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또,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온 게 아니라고>라는 책을 쓴 김진아 작가의 글들도 우먼카인드에 꽤 많이 실렸거든요. 김진아 작가님의 '여자에게 돈을 쓰자'라는 글을 읽어보면 합리적인 소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조금이라도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업체와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지 판단해보는 거죠. 가능하면 여자가 성장할 수 있고 여자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있도록 우리의 돈을 쓰자는 이야기인데 그런 글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편집장으로서의 나희영 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자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가능하면 각자가 맡은 일을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고요. 그런데 타인의마음이 제맘 같지는 않잖아요(웃음) 그래도 후배들의 일을 기계적으로 체크하고 싶진 않아요. 업무가 많기 때문에 세세하게 체크하는 일이 가능하지도 않고요. 각자가 자율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일하길 바라는 편집장이에요.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사람이 제일 어려워요. 일은 그냥 내가 끌어안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 그런데 상황이 꼬여 사람과 엮이면 힘들어요. 그리고 조직에서 일하는 거니까 잡지나 책을 만드는일 이외에 조직이 돌아가기 위해서 해야하는 자잘한 행정적인 업무가 많아요. 책을 만들고 잡지를 만드는 일들보다 조직에 있기 때문에 해야하는 업무를 감당하기 더 힘든 것 같아요. 근데 그런 어려움도 저 정도 연차가 되면 무뎌져요.

출판업계에 종사하거나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자 하는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글에서 자신의 감성이나 생각만 늘어놓다 보면 한계를 느낄 때가 있지 않나요? 글을 잘 쓰는건 독서량과 어느 정도 비례할 거라고 생각해요. 순수한 본인의 생각으로만 글을 쓰는 건 어려워요. 그런데 작가의 생각을 경유해서 깨닫는 바가 있 잖아요. 그런 것들이 결국 글로 나타나더라고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많이 접해보고 훌륭한 작가가 깨달은 바를 읽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웠으면해요. 책이나 영화, 전시회 같은 다양한 매체를 자주 접해야겠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끊임없이 감각을 연마해야 하니까요. 상황을 이해하고 대상을 바라볼 때 예민하게 고민해보면서요.

앞으로 사회의 한걸음을 디딜 준비를 하는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여성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한계점이 분명하고 그 골이 엄청 깊지만, 지금이 변화의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이 변화가 지속해야 하는 거잖아요. 지금 아이슬란드가 성평등 국가 1위인데 완전한 성평등 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200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변화를 도모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 특히 성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해요. 매순간 각성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계기가 있을 때 마다 다시 한번 옳은 일인가 의심하고 생각해보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발언할 수 있기를, 어린 여성분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와 지향하는 바에 대해좀 더 적극적으로 강하게 자기 생각을 어필했으면 좋겠어요. 계속 말하고 시끄럽게 떠들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힘있게 이야기하고요.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강인한 여성이 됐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정세진 기자 swpress1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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